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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클럽, 버디버디’ 채팅의 황금기 : 채팅창에서 연애도 하고 싸이월드 링크도 타던 시절 이야기

by 권보 2025. 5. 16.

채팅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었다.
오늘날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디스코드, 틱톡 같은 플랫폼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지금의 MZ세대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채팅’만으로 세상이 돌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은 ‘세이클럽, 버디버디’ 채팅의 황금기 : 채팅창에서 연애도 하고 싸이월드 링크도 타던 시절 이야기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세이클럽, 버디버디’ 채팅의 황금기 : 채팅창에서 연애도 하고 싸이월드 링크도 타던 시절 이야기
‘세이클럽, 버디버디’ 채팅의 황금기 : 채팅창에서 연애도 하고 싸이월드 링크도 타던 시절 이야기

 

그 중심에 있었던 게 바로 세이클럽과 버디버디.
이 두 플랫폼은 단순한 메시지 주고받기가 아닌, 사람을 만나고, 음악을 듣고, 연애를 하고, 자아를 꾸미는 공간이었다.
당시 10대와 20대는 이곳에서 자신만의 아이디, 프사, 상태 메시지를 무기로 세계를 탐험했다.

자, 그럼 본격적으로 그 시절 채팅의 황금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세이클럽: 음악과 채팅이 하나였던 세계

세이클럽(SayClub)은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해 2000년대 초반, 채팅과 음악을 결합한 독보적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용자들은 ‘채널’이라는 가상의 공간에 입장하여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눴고,
채널장(DJ)은 BGM을 틀며 채팅방 분위기를 주도했다.

* 채팅방도 테마가 있었다
‘10대 채널’, ‘20대 여대생 채널’, ‘감성 채팅방’, ‘실연방’, ‘힙합 마니아방’ 등
주제별 채널들이 존재했고, 각자 분위기와 룰이 있었다.
때로는 분위기를 망치는 ‘불청객’이 등장하면, 채널장이 강퇴시키기도 했다.

* Say DJ의 위엄
누군가의 말에 귀 기울이고, 신청곡을 받아주며 음악을 통해 공감과 소통이 이뤄졌던 그 공간.
이른바 ‘Say DJ’는 연예인처럼 인기 있었고, 일부는 실제로 음반 관련 업계로 진출하기도 했다.
좋아하는 DJ의 생방송 시간을 기다리며 ‘접속’ 버튼을 눌렀던 그 감성, 지금도 선명하다.

* 프로필 꾸미기와 미니미
세이클럽은 단순한 채팅만이 아니라, 프로필을 통해 자아를 드러내는 공간이기도 했다.
배경음악, 인사말, 미니미 꾸미기, 프사 선택은 나를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다.

 

 

 

버디버디: 친구의 친구까지 이어졌던 소셜 채팅

버디버디(BuddyBuddy)는 친구 추가 기반의 채팅 플랫폼으로,
당시 싸이월드와 함께 국내 청소년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메신저였다.
무엇보다 ‘친구의 친구’ 시스템을 통해 낯선 사람과의 연결이 쉽게 이뤄졌던 점이 특징이다.

* '프로필 메시지'의 감성 언어
버디버디는 로그인 상태와 함께 짧은 상태 메시지(프로필 문구)를 설정할 수 있었다.
“오늘도 혼자”, “바람에 실려온 그대 생각”, “우린 결국 스쳐 지나간 인연이었을까…”
이처럼 감성 넘치는 문구들이 친구창에 뜨면, 그 하나만으로도 상태를 눈치채고 대화를 시작하거나 위로를 주고받는 소통이 이뤄졌다.

* 채팅에서 시작된 연애
‘버디추가’ 한 번이 짝사랑의 신호였고, 서로 온라인 상태가 되면 "ㅎㅇ~"로 시작된 대화가 연애로 이어지기도 했다.
‘버디커플’, ‘버디여친’, ‘버디남친’ 같은 말이 생겨났고, 실제로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지만 버디 상에서는 연애 중인 상태였다.

당시 카메라가 흔하지 않던 시절, 얼굴을 모른 채 글과 대화로 마음을 나누는 감성 중심의 연애가 많았다.
물론 '얼굴 인증 후 잠수’ 같은 사건도 있었지만, 그만큼 진심과 상상력으로 연결되는 관계가 중심이었다.

 

 

 

싸이월드로 이어지는 감성 SNS의 시초

세이클럽과 버디버디에서 채팅을 하다가 "싸이 주소 줘!"라는 말은 오늘날 인스타 DM을 보내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 싸이월드와의 연결
싸이월드는 사진, 글, 감정, 배경음악 등 다양한 감성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었기 때문에
채팅에서 관심을 가진 상대의 ‘진짜 모습’을 확인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됐다.

많은 이들이 버디버디 대화 중 싸이 주소를 주고받고, ‘방명록에 글 남기기’를 하며 관계를 확장해 나갔다.
특히 미니홈피에 다녀간 흔적이 남는 ‘일촌 방문기록’은 두근거림 그 자체였다.

* BGM과 함께하는 감정의 표현
채팅으로는 표현되지 않는 감정을 미니홈피 BGM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사랑 고백 후 ‘성시경 - 두 사람’을 걸어두거나, 이별 후 ‘윤도현 - 사랑했나봐’를 올리면
그 감정이 자연스레 상대에게 전해졌다.

* 감성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문화가 된다
이처럼 채팅 플랫폼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온라인 플랫폼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감성과 관계의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타자 속의 온기, 그 시절의 디지털 감성.
지금은 실시간 영상통화도 가능하고, 얼굴을 모른 채 1초 안에 수백 명과 연결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그 시절, 타자를 치고, 상태 메시지를 읽고, 배경음악으로 감정을 주고받던 디지털 소통은 지금보다 더 느리지만 깊었다.

버디버디에서 ‘쪽지 하나’로 설레고, 세이클럽 채팅방에서 DJ와 대화하는 게 하루의 하이라이트였던 시절.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표현하는 법, 타인의 마음을 읽는 법, 그리고 글로 감정을 전하는 법을 배웠다.

채팅의 황금기는 사라졌지만, 그 안에서 나눴던 수많은 대화와 감정은 여전히 우리의 감수성 어딘가에 남아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디지털 원주민 1세대로서의 정체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