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놈》 시리즈는 슈퍼히어로 장르 안에서 독특한 정체성을 구축해왔다. 그로테스크함, 코미디, 액션이 혼합된 세계다.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2021)에서 앤디 서키스 감독은 에디 브록과 외계 심비오트 간의 혼돈스러운 케미를 극대화하며 더 빠르고 역동적인 연출로 나아갔다. 하지만 이 영화가 스크린에서 시청자들에게 전달한 역동성과 스펙터클 뒤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위험이 존재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는 드론 카메라가 작동 중 폭발하며 일어난 사고였다. 이는 단순한 기계 고장이 아니라, 실제로 촬영 중에 스태프들이 부상을 입고, 촬영이 며칠 동안 중단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단순한 우연의 사고로 치부되기에는 이 사건은 영화 제작 환경 안의 더 깊은 문제, 즉 기술적 진보를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과정에서의 안전 관리 부족을 드러냈다.
이번 글에서는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 촬영 중 실제로 발생한 드론 폭발 사고를 상세히 살펴보고, 이 사고가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현대 영화 제작에서 기술의 한계를 시험할 때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사건 발생: 드론이 무기가 되는 순간
드론 기술은 최근 몇 년간 영화 산업에서 급속도로 확산되었고, 이는 전례 없는 창의적 촬영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고속 추격전, 대규모 파노라마 장면, 근거리 트래킹 샷까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장면들이 이제는 비교적 저렴하게 구현된다. 하지만 그 장점만큼이나 새로운 위험도 존재한다. 특히 안전 프로토콜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을 경우엔 더욱 그렇다.
문제의 사고는 한 액션 시퀀스를 촬영하던 중 발생했다. 스태프들은 드론을 이용해 빠르고 광범위한 앵글의 장면을 촬영하려 했고, 이 드론은 복잡한 특수효과와 세트가 조합된 환경에서 비행 중이었다. 하지만 촬영 중 드론이 갑작스럽게 고장을 일으켰고, 단순히 추락하거나 정지하는 것이 아니라 폭발해버렸다. 이는 배터리 과열 혹은 모터 고장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폭발은 스태프들이 다수 모여 있던 지역에서 발생했다. 한 스태프는 날아온 파편에 팔을 맞아 큰 부상을 입었으며, 다른 이들도 충격을 받았다. 응급의료팀이 즉시 투입되었고, 촬영은 중단되었다. 해당 지역은 안전 점검과 사고 조사를 위해 폐쇄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사고가 문제였던 점은, 사고 지역이 촬영 팀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던 곳이라는 것이다. 드론은 비행 전 점검을 통과했고, 해당 시퀀스도 여러 차례 리허설이 이뤄졌다. 사고는 배우의 실수나 스턴트의 위험 때문이 아니라, 철저히 통제되었다고 믿었던 기술 장비의 예기치 못한 고장이었다.
무리한 진행: 서두름이 부른 불안한 촬영 환경
대형 블록버스터의 제작이 극도로 빠르고 집중적인 작업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 촬영 현장은 특히 과도하게 몰아붙였다는 증언들이 있다. 몇몇 스태프들은 현장을 “계속해서 뒤쫓는 느낌”이라 표현했고, 촬영 일정은 빠듯했으며 시각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한 압박은 종종 안전 점검보다 우선시되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스태프는 “우리는 항상 시간을 따라잡으려는 상태였어요. 너무 빨리 움직였고, 리스크를 계산할 여유가 없었죠”라고 말했다.
드론은 비교적 새로운 장비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장비들(크레인, 돌리 등)보다 오류 가능성이 높다. 특히 배터리 과열, 신호 간섭, 예측 불가능한 반응 등이 복잡한 촬영 환경에서는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 더욱이, 당시 촬영 현장에는 전자 장비와 특수효과 물질들이 다수 있었기에 그 위험은 배가되었다.
게다가 드론 촬영에 특화된 안전 교육이 전체 스태프에게 이뤄지지 않았고, 드론은 전문 조종사에 의해 조작되었지만 현장 전체가 이에 대한 대비가 부족했다. 이와 같은 허술함은 폭발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수 있지만, 잠재적 사고를 현실로 만드는 요인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기술 진보의 그림자: 혁신의 대가
영화 산업은 언제나 혁신과 위험 사이의 줄타기를 해왔다. 감독과 스튜디오는 이전 작품보다 더 크고, 더 대담하고, 더 사실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에서도 드론은 이러한 시도 중 하나였다. 더 생생하고 몰입감 있는 액션 장면을 위한 도구로 선택된 것이다. 하지만 드론 폭발 사고는 이러한 야심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렀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사고 이후 소니 측에서는 내부 검토를 진행했고, 새로운 장비 도입 시 더 엄격한 안전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새로운 촬영 방식이 도입될 때마다, 모든 스태프가 이에 맞는 안전 브리핑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제기되었다.
이 사건은 영화 제작 방식에 대한 경종이었다. 화려한 기술로 구현된 장면이 결국 사람들의 안전을 담보로 한 것이라면, 과연 그 가치가 있는 것일까? 관객은 감탄할지 모르지만, 그 뒤에서 장비를 다루고 움직이는 사람들의 현실은 때때로 너무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드론 폭발이 촬영을 완전히 멈추게 하진 않았지만, 그 후유증은 분명했다. 일정은 조정되었고, 안전 프로토콜은 재작성되었으며, 몇몇 스태프들은 충격을 받고 프로젝트를 떠났다.
안전은 언제나 우선되어야 한다
《베놈: 렛 데어 비 카니지》는 혼돈의 액션과 시각적 자극으로 가득 찬 슈퍼히어로 무비로 성공적인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또 다른 혼란이 있었다. 부상, 사고, 그리고 아슬아슬한 현장의 긴장감 말이다.
우리는 종종 영화 속 사실감을 칭찬하면서,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대가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는다. 드론 폭발, 스태프 부상, 빠듯한 촬영 일정—all 이 사건들은 결국 “얼마나 리얼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다시금 던진다. 그리고 그 답은 분명하다. 어떤 장면도 사람의 안전보다 우선시될 수 없다.
영화 속의 혼돈은 스토리상의 장치로 그칠 수도 있었지만, 이번엔 현실의 촬영 과정에서 실제로 재현되고 말았다. 기술이 발전해도, 그걸 다루는 건 결국 ‘사람’이며, 그들의 안전은 그 어떤 기술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