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가 “실화 기반”이라는 문구로 시작될 때, 많은 사람들은 그저 관객의 원초적 공포심을 자극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쯤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크린 속 공포가 현실로 스며들어, 카메라 뒤의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어떨까요? 이것이 바로 2014년작 아나벨(Annabelle)의 이야기입니다. 컨저링 유니버스의 스핀오프 영화인 이 작품은 단순한 관람객의 공포를 넘어, 촬영에 참여한 제작진과 배우들에게도 잊지 못할 소름을 선사했습니다. 오늘은 실제 사건으로 전설이 된 영화 아나벨 (Annabelle, 2014)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아나벨은 존 R. 레오네티(John R. Leonetti)가 감독하고, 제임스 완(James Wan)이 제작한 작품으로, 한 쌍의 젊은 부부가 저주받은 인형 때문에 끔찍한 악령의 공격을 받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실제 모티브는 코네티컷 주의 워렌 오컬트 박물관에 보관된 '래거디 앤' 인형으로, 오랫동안 초자연적 현상과 연관되어 왔죠. 영화에서는 이 인형을 시각적으로 더욱 무섭게 재해석했지만, 그 이면의 ‘영적 에너지’는 여전히 그대로였던 듯합니다.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잇달아 벌어졌습니다. 떨어지는 장비, 알 수 없는 기호들, 이상한 흔적과 부상까지… 아나벨의 촬영장은 영화 세트가 아니라 유령이 출몰하는 장소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영화의 촬영장에서 실제로 벌어진 가장 섬뜩한 사건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제작진의 반응과 우리가 ‘픽션’이라고 여겼던 공포가 실제와 얼마나 가까울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장비 고장과 수상한 흔적들: 섬뜩한 우연이 반복될 때
아나벨의 제작 초기부터 이상한 일들이 계속됐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한 장면들도 있었죠. 가장 처음 소름 끼치는 사건은, 무거운 조명 장치가 아무 이유 없이 세트 위로 떨어진 일이었습니다. 그 장비가 떨어진 위치는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악마 역할의 배우가 서 있던 자리였습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타이밍이 너무나 기묘해 모두가 놀랐습니다.
제작진은 처음엔 이런 사건들을 단순한 ‘우연’으로 받아들였지만, 이상 현상은 점점 더 많아졌습니다. 어느 날, 아파트 복도 장면을 촬영하던 도중, 한 스태프가 먼지 낀 창문에 수상한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안쪽에서 그은 듯한 세 개의 발톱 자국이었습니다. 스태프 중 아무도 그런 흔적을 만들지 않았고, 복도는 자물쇠로 잠겨 있어 동물의 출입도 불가능했습니다. 더욱 섬뜩한 점은, 바로 그 복도에서 악마가 인물에게 세 개의 발톱 자국을 남기는 장면이 촬영되고 있었던 것이죠.
또 다른 날 밤 촬영을 마친 후, 다음 날 아침 세트에 돌아온 스태프들은 복도 바닥을 따라 길게 이어진 얇은 먼지 자국을 발견했습니다. 마치 무언가가 끌려간 듯한 흔적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그 자국엔 어떤 발자국도 함께하지 않았고, 출입기록도 없었습니다. 복도는 촬영 후 완전히 폐쇄되어 있었죠.
개별적으로 보면 모두 설명 가능한 현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모든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패턴’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공포 영화에서, 패턴은 더 끔찍한 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전조죠.
현실의 부상과 사고들: 영화 내용이 실제로 벌어지다
현실과 허구의 경계는, 영화의 줄거리처럼 실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물리적인 피해가 발생하면서 더욱 흐릿해졌습니다. 극 중 '에블린' 역을 맡은 알프리 우더드(Alfre Woodard)는, 특히 악령 의식이나 사탄 관련 장면을 촬영할 때 세트장 분위기가 “무겁고 숨막히는 느낌”이었다고 전했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는, 한 스턴트 배우가 격투 장면에서 장치 오작동으로 인해 벽에 심하게 부딪힌 사고였습니다. 철저히 리허설을 거치고 안전 조치를 취했음에도, 와이어 장치의 타이밍이 어긋나면서 제어되지 않은 충돌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이 사고는 현장 전체에 불길한 기운을 남겼습니다. 마치 세트 자체가 사람을 공격하기라도 한 듯이 말이죠.
또한,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배우 중 한 명이 스튜디오에서 몇 블록 떨어진 거리에서 경미한 교통사고를 겪었습니다. 사고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그는 나중에 “운전 중 이상하게 집중이 흐트러졌고, 마치 차 안에 누군가 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런 사고와 이상 현상이 쌓이자, 아나벨의 세트는 '저주받은 촬영장'이라는 소문에 휩싸였습니다. 이는 엑소시스트, 폴터가이스트 같은 영화들이 겪은 촬영 중 사망 사고나 초자연적 사건을 떠올리게 했죠. 물론 아나벨의 촬영장에서 사망자는 없었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급격히 무거워졌습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퍼져나갔습니다.
축복과 기도, 그리고 믿음의 힘
결국, 세트장의 기이한 분위기는 임계점을 넘었고, 제작진은 스토리보드나 연출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영적 개입’을 요청하게 됩니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제작진은 가톨릭 사제에게 세트의 축복을 부탁했고, 실제로 사제가 현장을 방문해 기도 의식을 진행했습니다. 그는 주요 촬영 장소를 돌며 성수를 뿌리고, 악한 에너지를 몰아내기 위한 정화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초자연 현상을 믿든 믿지 않든, 중요한 건 아나벨에 참여한 사람들은 믿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집단적인 믿음은 때때로 현실을 만들어냅니다. 축복 이후로 이상 현상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스태프는 야간 촬영이나 인형 소품을 다룰 때마다 설명하기 힘든 불안감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그 ‘아나벨 인형’은 촬영 외 시간 동안 철제 상자에 잠가두었고, 어떤 배우들은 리허설 중에도 그 인형과 단둘이 있는 것을 꺼렸습니다. 일부는 인형 근처에 가면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고, 녹음 파일을 재생할 때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고 증언했습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과로에 지친 사람들의 과민한 상상력 탓이라며 무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아나벨 촬영 현장엔 분명히 뭔가 ‘이상한 기운’이 있었고, 이 영화가 ‘저주받은 물건’을 다루는 내용이었던 만큼, 그 믿음은 점점 현실이 되어갔다고 말이죠.
저주받은 세트와 이야기의 무게.
공포 영화는 관객을 무섭게 하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그 공포가 제작진에게도 전이된다면, 그건 단순한 ‘연출’의 수준을 넘어섭니다. 아나벨은 그저 무서운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에게도 ‘공포 체험’ 그 자체였죠. 알 수 없는 장비 고장, 부상, 기묘한 기호들, 먼지 자국… 아나벨의 촬영 현장은 마치 영화 속 스토리의 실현처럼 섬뜩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결국, 저주든, 영혼이든, 단순한 우연이든, 아나벨의 세트장에서 벌어진 일들은 하나의 교훈을 줍니다. 공포는 전염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뭔가 이상하다”고 믿기 시작하면, 공기의 온도도, 들리는 소리도, 모든 감각이 달라집니다. 그 믿음은 행동을 바꾸고, 전설을 만듭니다.
그러니 다음에 아나벨을 보다가, 정적이 흐르는 장면에서 갑자기 소름이 돋는다면 기억하세요. 가장 섬뜩한 장면은 편집된 영화 속이 아니라, 카메라가 꺼진 뒤에 벌어졌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