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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붙여넣던 시절: ‘스티커사진’과 친구와의 기억 저장법

by 권보 2025. 5. 30.

‘한 장에 담긴 우정’의 상징, 스티커사진의 시대
한때는 학원 끝나고, 놀이공원 가는 날, 또는 방과 후에
친구와의 우정을 확인하는 이벤트가 하나 있었다.
바로 ‘스티커사진 찍기’. 지금의 셀카나 인스타그램 인증샷과는 다르게,
이 사진은 단순히 ‘기록’이 아닌 ‘놀이’였고, 의식이었으며, 관계의 증표였다.

오늘은 추억을 붙여넣던 시절: ‘스티커사진’과 친구와의 기억 저장법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추억을 붙여넣던 시절: ‘스티커사진’과 친구와의 기억 저장법
추억을 붙여넣던 시절: ‘스티커사진’과 친구와의 기억 저장법

 

사진기 앞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포즈를 바꾸고,
화면에 표시되는 10초, 5초 카운트다운에 웃음을 터뜨리며
최대한 예쁘고 재밌게 찍으려 애쓰던 순간들.

이후엔 마치 예술가처럼 꾸미기 화면에서 배경, 글씨, 낙서를 더했고,
그렇게 완성된 사진을 오려서 지갑, 다이어리, 휴대폰 뒤 케이스에 붙였다.
요즘 세대가 잘 모를, 그러나 2000년대 초반을 통과한 세대에겐 너무도 익숙한 스티커사진 문화.
그 시절의 감성과 함께, 그 속에 담긴 우정과 추억을 되짚어본다.

 

 

 

사진도 놀이가 되던 시절: '포즈'와 '꾸미기'의 예술

스티커사진 부스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사진관과 오락기 사이 어딘가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 포즈 하나에 진심이던 4컷의 전쟁
대부분 스티커사진은 4~8컷 자동 촬영 방식이었다.
타이머가 작동되면 그 짧은 시간 안에 포즈를 바꿔야 했기 때문에,
사전에 친구끼리 "첫 컷은 브이, 두 번째는 하트, 세 번째는 웃긴 표정" 식의
작전회의를 하고 들어가는 경우도 많았다.

때론 의도치 않은 순간에 플래시가 터지며,
눈 감은 사진, 터진 웃음, 이상한 각도까지 남았지만
그 모든 게 우정의 일부로 남았다.

▶ '꾸미기'가 핵심인 진짜 게임
사진을 다 찍고 나면, 본게임은 꾸미기 단계였다.
스크린에는 찍은 사진이 뜨고,
펜툴, 하트, 별, 캐릭터 배경, 텍스트 입력 기능이 제공됐다.

“찐친 💕”, “오늘도 우정ing~”, “xx+xx = best” 같은
글씨를 입력하고 색깔을 바꾸며,
예술혼과 우정의 깊이를 동시에 드러내던 이 시간이야말로
스티커사진 문화의 핵심이었다.

배경은 계절, 테마파크, 캐릭터, 일본풍 배경까지 다양했으며
지금의 인스타 필터만큼이나 사용자의 감성 표현 수단이었다.

 

 

 

지갑 뒤, 다이어리 속에 살던 우정의 조각들

스티커사진은 단순한 출력물이 아니었다.
그건 지갑 속, 노트 커버, 폴더폰 뒷면에 소중히 붙여두는
감정의 파편이자, 인맥의 트로피였다.

▶ 지갑 속 ‘베스트 프렌드 컬렉션’
당시 학생들은 카드지갑이나 필통 안쪽에
스티커사진을 한 장씩 차곡차곡 붙이는 습관이 있었다.
그건 마치 자신의 인간관계 히스토리를 기록해두는 행위처럼 보였다.

특히 중학교 시절에 가장 많이 찍던 친구의 사진은
가장 앞에 배치되거나, 하트로 테두리 장식을 해뒀고,
우정이 끝난 친구의 사진은 조용히 떼어내는 의식도 있었다.
관계의 시작과 끝이 담긴 아날로그 SNS,
그게 바로 스티커사진의 위치였다.

▶ 다이어리 꾸미기 필수템
‘다꾸’의 원조는 사실 스티커사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다이어리나 일기장에 친구와의 스티커사진을 붙이고,
그 옆에 “오늘은 xx랑 스티커 찍었다💖 너무 재밌었어~” 같은 글을 남겼다.
한 장의 사진이 한 페이지의 감정을 차지하던 시절이었다.

▶ 폰케이스 속의 작은 추억
폴더폰 뒤 투명케이스에 최애 친구, 짝사랑 상대, 혹은 당시 연인의 스티커사진을 넣는 것도
유행처럼 번졌던 문화다.
스티커사진은 단지 사진이 아니라, 관계의 확인서이자 소속감의 표현이었다.

 

 

 

일본에서 온 놀이 문화의 국내 정착과 변화

스티커사진 문화는 일본의 ‘푸리쿠라(プリクラ)’에서 시작된 유행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본격화됐다.
우리나라에선 1999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가 절정기였다.

▶ 'XX월드', '스티커샵', '사진의집'… 학교 앞 명소
한창 유행일 땐 학교 앞 문방구 옆, 번화가 지하상가에
스티커사진 전문 부스 매장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에겐 사진기보다 스티커사진 부스가 더 친숙했고,
“야 오늘 스티커 찍으러 가자~”는 말이
학원 가기 전 흔한 약속 문구였다.

▶ 유행은 변화하고 부스는 사라졌지만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며 스마트폰 셀카 기능의 발달,
SNS 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스티커사진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엔 ‘레트로 감성’의 부활로
셀프 사진관, 흑백 포토존, 디지털 꾸미기 어플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 디지털 복고로 돌아온 스티커사진 감성
요즘 젊은 세대는 '인생네컷', '포토그레이', '하루필름' 같은
스티커사진의 디지털 버전을 즐긴다.
물론 방식은 조금 달라졌지만, '사진 = 놀이' + '관계 확인'이라는
그 기본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디지털보다 따뜻했던, 손끝으로 남기던 추억.
스티커사진은 단순한 사진을 넘어,
관계, 추억, 감정을 붙여넣던 매개체였다.
사진을 함께 찍고, 함께 꾸미고, 함께 오려 나눠 가지며
우리의 우정은 더 굳건해졌고, 추억은 더 선명해졌다.

오늘날 셀카도 많고, 인스타도 있지만
그 감성은 어쩐지 조금 다르다.
스티커사진은 작고, 불완전하고, 손으로 남긴 기억이었기에
더 오래 남았다.

혹시 지금 지갑 속에 오래된 스티커사진이 있다면,
그 시절의 웃음과 친구가 지금도 곁에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함께 꾸민 그 낙서 속 한마디처럼 —
“우정은 영원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