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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로고가 곧 간지였던 시절을 기억하나요?” 지금은 사라진 브랜드들 : 한때 전성기였던 패션 브랜드들 EXR, 키플링, MLB, 버커루

by 권보 2025. 5. 28.

요즘 세대는 옷을 볼 때 디자인이나 핏, 무드 중심으로 본다지만,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브랜드 로고가 곧 스타일의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교복 위에 입는 점퍼 하나, 가방 하나에도 어떤 브랜드인지가 또래 사이의 ‘간지’를 좌우했다.

지금은 보기 어려운, 하지만 그 시절엔 거리를 지배했던 브랜드들이 있다. EXR, SIEG, 클라이드, b조이, 키플링 등등.

지금의 MZ세대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당시 10대와 20대들에게 이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가 아닌 ‘정체성’이었다.

오늘은 지금은 사라진 브랜드들 : 한때 전성기였던 패션 브랜드들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브랜드 로고가 곧 간지였던 시절을 기억하나요?” 지금은 사라진 브랜드들 : 한때 전성기였던 패션 브랜드들 EXR, 키플링, MLB, 버커루
“브랜드 로고가 곧 간지였던 시절을 기억하나요?” 지금은 사라진 브랜드들 : 한때 전성기였던 패션 브랜드들 EXR, 키플링, MLB, 버커루

 

“무슨 옷 입었냐?”보다 “무슨 브랜드냐?”가 더 중요한 시대.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그러나 한때는 세상을 지배했던 브랜드들을 돌아보며 그 시절의 감성을 함께 떠올려보자.

 

 

 

EXR, SIEG, 클라이드: 거리의 정석이자 ‘간지’의 대명사

2000년대 초중반, 거리를 걸어보면 유독 눈에 띄는 브랜드들이 있었다.

특히 남성복 시장에서는 EXR과 SIEG의 양강 구도가 인상적이었다. EXR은 스포츠 캐주얼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스트릿 무드를 담았고, SIEG는 ‘남자의 도시적인 세련미’를 강조하는 정장 느낌의 브랜드였다.

당시엔 정장을 캐주얼하게 푸는 스타일이 유행이었기에 고등학생부터 사회 초년생까지 폭넓게 입었다.

클라이드(CLYDE)는 보다 영한 캐주얼을 지향하며 중·고등학생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교복 위에 입는 점퍼, 후드, 니트 등등이 유명했고, 특히 ‘CLYDE'라는 큼직한 로고가 박힌 점퍼는 일종의 신분증 같은 존재였다.

그 점퍼 하나로 '나 좀 스타일 아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겼으니 말이다.

당시 TV 광고나 길거리 매장 디스플레이도 화려했다. 유명 연예인이 모델을 하며 트렌디함을 앞세웠고,

브랜드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 아이콘'이었다. 이 브랜드를 입는 것 자체가 패션 센스를 증명하는 일이었던 셈이다.

 

 

 

b조이, 키플링: 가방 하나로 정체성을 말하던 시절

그 시절엔 가방 하나가 단순히 물건을 담는 용도를 넘어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그중 가장 전설적인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b조이(B.ZONE)였다. 주황색, 핑크색, 형광색 등 강렬한 색감의 천가방에

큼직한 로고가 박힌 b조이 백은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남녀 불문하고 하나씩은 갖고 있었다.

실용성보다는 ‘간지’가 우선이었고, 가방을 얼마나 ‘잘 꾸몄느냐’가 센스의 척도였다.

한편, 키플링(Kipling)은 주로 여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원숭이 인형이 달린 크로스백, 백팩은 당시 기준으로

꽤 비싼 축에 속했지만, 하나쯤은 꼭 갖고 싶은 ‘워너비 아이템’이었다. 원숭이 열쇠고리마다 이름이 다 다르고,

친구들과 인형 이름 바꾸고 교환하던 기억도 새롭다. 당시에는 명품보다는 ‘개성 있는 수입 브랜드’가 더 인기가 있었고,

키플링은 그 감성을 정확히 저격했다.

요즘은 미니백이나 스마트폰 파우치가 많아졌지만, 그 시절엔 가방이 곧 패션의 중심이었다. 누가 어떤 가방을 메고 있는지가

패션 센스의 기준이던 시절이 있었다.

 

 

 

스트리트 감성의 부흥기: MLB, 버커루, 지오다노

한편, 스트리트 감성을 추구하는 청춘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들도 있다.

MLB는 미국 메이저리그 로고를 앞세운 스냅백과 맨투맨, 야구점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지금도 MLB는 존재하지만,

2000년대 초반처럼 길거리가 온통 MLB 로고로 도배됐던 시절은 없었다.

친구들과 단체로 같은 MLB 점퍼를 맞춰 입는 것이 일종의 패션 놀이이자 우정의 상징이었다.

버커루(BUCKAROO)는 청바지 브랜드로 특히 뒷주머니 로고와 워싱, 찢어진 디테일이 특징이었다.

진청과 연청, 슬림핏과 부츠컷 중 어떤 걸 입느냐에 따라 스타일이 갈렸고, 버커루는 특히 몸매에 자신 있는 청춘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리고 지오다노(Giordano). 지금도 존재하지만, 한때는 캐주얼한 기본템의 왕이었다.

로고 티셔츠 하나 입는 것만으로도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느낌이 나던 시절. ‘기본이 멋이다’라는 철학을 입증하던 브랜드였다.

당시 커플티도 대부분 지오다노였고, 매장 앞에서 커플이 서로 맞춰 입고 거울 보는 장면은 흔한 풍경이었다.

 

 

 

유행은 지나가도 감성은 남는다.
이제는 더 이상 거리에서 보기 힘든 이 브랜드들. 어떤 건 파산하거나 리브랜딩을 거쳐 이름만 남았고, 어떤 건 조용히 철수해버렸다.

하지만 그 시절, 브랜드 하나에 설레고 가방 하나에 정체성을 담았던 우리의 감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금의 패션은 다양성과 개인의 취향이 중심이지만, 그 시절엔 '같은 걸 입는 데서 오는 유대감'이 있었다.

브랜드 로고 하나에 담긴 추억, 친구와 나눴던 우정, 쇼핑몰 앞에서 어떤 브랜드를 살지 두근거리던 마음. 유행은 지나가지만,

그 안에 담긴 기억은 언제까지나 ‘우리 세대’의 고유한 문화유산으로 남는다.

가끔은 거리에서 EXR이나 클라이드 점퍼를 입은 사람을 마주쳤으면 한다.

그리고 그걸 본 누군가가 "헉, 나도 저거 입었었는데!" 하며 소리칠 수 있도록. 그때의 '간지'는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다.